그 여인은 어디로 갔는가.다시 공부 어려우니 나도 어서 닦아 보세어디로 가는 길이에요? 나는 맛없는 국밥을 떠먹으면서 생각했다. 그 생각은 차를 타고 길을 떠난 뒤부터 일관되게 내 마음속을 흐르던 질문이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 그 자문에 대해 애써 모른 체하고 묵살하고 무시하고 있었다.네가 여기가 어디라고 살아오다니 웬 말이냐. 이것이 꿈이냐, 생시냐. 꿈이거든 깨지 말고 생시거든 어디 보자. 더듬더듬 만져보며 어찌할 줄 모를 적으 황극전으 두르던 청학 백학 난봉 궁중 운무간에 왕래하며 심 봉사 감은 눈을 휘번쩍. 감은 눈을 번쩍 뜨고 심 황후를 살펴보더니 얼씨구나 좋을씨구. 지화지화자자 좋을씨구아직도 갈 길이 멀어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거예요? 돋은 해 돌아보며 중류에 띄웠더니무슨 일이든 무르익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일단 시작하고 보는 내 무모한 성격에 의해서 그해 9월 처음 연재를 시작하기로 결정해 놓고도, 나는 다시 10월로, 10월이 되자 당신 문화부의 차장이었던 임재걸 씨를 만나 다시 11월로 두 번씩 연기를 하였었다. 제목 (길 없는 길)이 결정된 것은 사고가 나가기 하루 전 낮잠을 자다가 문득 (길 없는 길)이라는 제목이 영감처럼 떠올라 정정하였던 것이었다.금방이면 도착할 겁니다요, 스님.주지 스님과 나는 서로 말없이 묵묵히 가파른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가기 시작했다.상자 속에는 전제된 분골이 들어 있었다. 빛깔이 너무 희었으므로 태운 육신의 잔해라기보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말리고 티우고 건조시켜서 얻어낸 순도 높은 결정당처럼 느껴졌다.만화는 경허를 자신의 강원에 맞아들여 공부를 시켰는데 사미승 경허는 낮이고 밤이고 잠만 자고 있었다. 무엇보다 제자들의 게으름을 싫어하고 있던 만화는 밤이면 밤대로 자고, 낮에도 틈만 있으면 잠자는 경허를 몹시 꾸짖고 책하였다.내가 조심스레 말하자 스님은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거문고를 통하여 나는 아버지를 느꼈습니다. 그 느낌이 내 심장을 갈가리 찢고 내 입에서 비탄 소리를 토해 내게

잘 가셔유, 스님.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어둑어둑 해가 지고 있었으므로 중은 빨리 성안으로 들어서는 편이 마음이 놓이리라 생각되었다. 오늘밤은 아무래도 성안에서 머물러야 했었으므로 행여 까다로운 문지기를 만나면 성문 밖에서 퇴짜를 맞고 날이 밝을 때까지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될지도 모르므로 그는 마음이 초조해졌다.그리고 탁상 위에는 떠나면서 휘갈겨 쓴 스승의 문장 하나가 놓여 있었다. 경허는 스승이 남기고 간 마지막 문장 하나를 유심히 읽어보았다.내가 흥건히 봄비에 젖어 있는 것을 보자 어머니는 수건을 들고 달려와 내 젖은 머리카락을 닦아주기 시작하였다.옛날 달마 대사께서 처음으로 이땅에 오시매 사람들이 믿지 않았으므로 이 의발을 전하여 믿음의 표적을 삼았던 것이 이렇게 대대로 전해져 내려와 네게 이른 것이다. 그러나 원래 마음으로써 마음에 전하여 모두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니 예전부터 부처마다 오직 본체를 전하시고 조사마다 가만히 본심만 부치셨던 것이다. 그런데 이 의발은 자칫하면 서로 다투는 빌미가 되기 쉬우니 네게서 그치고 다음부터는 전하지 말아라. 이제 너는 빨리 떠나도록 하여라. 나쁜 사람이 너를 해칠지도 모른다.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하늘과 산이 거꾸로 내비친 거울과 같은 강물 속으로 간밤에 그렇게 많은 비가 내렸음에도 어느새 흙탕물이 가라앉았는지 강바닥의 모래들과 자갈돌들이 투명하게 드러나보이고 있을 정도였다.선비는 절에서 밥을 맡아 짓는 불목하니를 앞세워 지게에 짐을 지우고 절문을 나서고 있었다. 사미승 경허가 숲속으로 들어가 모습을 감추지 않았더라면 산문을 나설 때까지 선비의 짐을 지게에 지고 나르는 몫은 경허의 차지였을 것이었다.만화는 경허의 방을 빠져나오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수탉의 몸을 받아 암탉이 낳은 알을 우리는 수정란이라고 부르고 수탉 없이 암탉이 낳은 알을 우리는 홀알, 무정란이라고 부른다. 무정란은 절대로 부화되어 생명을 탄생시킬 수 없다. 우리가 먹는 계란은 대부분 무정란이다. 때문에 우리가 먹는 달걀은